2중, 3중고 예상되는 이공계 대책 절실
2중, 3중고 예상되는 이공계 대책 절실
  • 신정규 전주대 한식조리학과 교수, 식품․생명융합기술기업협업센터 책임교수
  • 승인 2024.03.21 2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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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하반기 국가 R&D 예산의 삭감이 언급되기 시작했을 때 이공계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공계는 죽었다’고 이야기 했다. 실제로 연말이 되어서 확정된 예산은 최초 16.6%, 금액으로는 5조2000억 원이 삭감된 예산으로 국회에 제출됐고, 국회에서 복구의 노력을 했다고 하지만 6000억 원 정도가 증액되어 5조 원 가까이 되는 연구비가 결국 삭감되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이로 인해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의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출연연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연구원들의 계약 연장이 안되거나, 충원이 예상됐던 연구원들의 충원이 이뤄지지 않고 전체 계약직 연구원들의 재배치 등이 나타났다. 

그런데 그 이후 이미 계약을 통해 진행되고 있는 전체 연구과제에 대한 재검토를 통해 연구비의 순감, 즉 조기 종료로 과제를 끝내거나 최소 2자리 숫자의 삭감 통보를 받았다. 이러한 정부의 밀어붙이기식의 연구비 재조정 앞에 이전에 개정되었던 연구혁신법은 무용지물이 됐다.

또 추후 문제가 될 것을 고려해서 자율적 협의가 아닌 강제적인 협의를 통한 계약서 재작성의 과정을 겪었다. 강제적인 조기 종료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과제 종료와 마찬가지로 최종보고서 제출, 최종 평가 등의 과정은 그대로 진행돼 관련자들은 말할 수 없는 자괴감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갑작스러운 연구비 삭감으로 인해 2024년 연구비 확정이 늦어지면서 새로운 과제의 공고도 늦어지고 연구비에 의존해서 대학원생을 충원했던 연구실에서는 기존에 있던 연구원을 내보내거나 조기 취업을 시키고, 새롭게 들어오고자 하는 진학 희망자에게는 연구실에 받을 수 없음을 통보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현실을 보면서 대학원에 진학하고자 했던 이공계의 학부생들은 이공계의 불안정성을 직접적으로 확인, 수학 기피 현상으로 인해 이미 진학이 줄어들고 있던 고등학생의 이공계 진학에도 찬물을 끼얹은 상황이 벌어졌다. 

예상치 못했던 R&D 예산의 삭감으로 충격을 받은 이공계는 2024년 2월이 되면서 또다시 큰 위기를 맞았다. 그렇잖아도 졸업 이후 소득의 격차로 인해 의사라는 직업이 인기가 높은 가운데 전국 모든 대학의 의대가 우선 정원을 채운 후, 다시 서울대 이공계 학과들이 정원을 채워나가는 현상이 벌어지는 등 이공계의 위기라는 말이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의대 정원 2000명 확대라는 정책을 발표하고 밀어붙이고 있다.

학령인구의 감소로 대학의 미달 학과가 속출하고 있고, 그중에서도 이공계 학과의 미달이 심각하게 나타나는 상황에서 별도의 대책 없이 의대의 정원 확대는 이공계의 붕괴를 앞당길 수밖에 없는 정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그동안 학령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대학의 전체 정원을 줄이거나 구조조정을 통해 대학의 통폐합, 퇴출 등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의대 정원을 2000명이나 늘린다고 한다. 의대에 진학할 대부분의 고등학생은 이공계에 진학할 수 있는 자원이기도 하다.

결국 의대의 정원 확대는 이공계에 진학할 자원을 의대로 돌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더군다나 지금 각 대학에 재학하고 있는 이공계 학생들, 심지어 이공계를 졸업하고 관련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이공계 기술 직종의 직장인마저도 의대 진학을 위해 자퇴하거나 퇴직을 고려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의사 확대가 필요하다는 정책에는 공감한다. 그렇지만 어떤 일을 진행하든 그 일이 주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어떻게 하면 그 피해를 최소화할지 등을 고려해서 점진적인 추진을 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기본 사실이다. 의대 정원 확대를 통해 의사 수가 늘어난다면 이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이공계 기술 인력은 우리나라의 국제 경쟁력을 이끌 수 있는 중요한 인적자원이다. 그러나 R&D 예산 삭감, 대책없는 의대 증원, 이공계 홀대 등은 국가경쟁력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과학기술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 정부는 국가 과학기술경쟁력의 확보를 위해 2중, 3중고를 겪고 있는 이공계의 현실을 다시 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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