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기업’, ‘왕따국가’, 그리고 ‘버지니아 조 효과’
‘왕따기업’, ‘왕따국가’, 그리고 ‘버지니아 조 효과’
  • 관리자
  • 승인 2007.05.03 05: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최종문 전주대학교 문화관광대 학장
어느 동네에 ‘왕 따’ 가 살고 있었다. 주변사람들로부터 따돌림 당하는 게 너무 싫었던 그는 지니고 있으면 좋다는 휴대용 부적을 받을 요량으로 용하다는 어느 점쟁이 집으로 갔다. 참 용하다더니 그 집앞 골목은 점 보러 온 사람들로 장사진, 그야말로 문전성시였다. 차례가 되어 점쟁이 방으로 들어서자 그를 힐끗 쳐다 본 점쟁이 하시는 말씀. “다음 사람!”

따돌림에 관한 우스갯소리로 제법 내력이 있는 이야기인데 별 생각 없이 웃곤 했던 과거
와는 달리 요즘은 뭔가 꺼림칙하고 그 뒷맛이 영 찝찝하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더니 왕따 예방용 부적을 잘 만들어 주리라 믿고 찾아갔던 점쟁이에게도 처절하게 당하는 ‘왕따’에 대한 연민의 정과 최근의 ‘버지니아 조 효과’ 때문이리라.

비싼 대가의 ‘버지니아 조 효과’

“우리의 이기심이 널 분노하게 했을지 모르겠다. 함께 친구가 되어 주지 못해서 미안해”
모두 9분 동안 170여 발의 총탄을 난사해서 32명의 무고한 목숨을 빼앗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참극의 주인공 ‘버지니아 조’ 의 영전에 남긴 같은 학교 여학생의 메시지다.

버지니아 조는 친구가 별로 없어 언제나 혼자였다. 도서관에도, 강의실에도, 심지어 식당에서도 혼자였다고 한다. 오죽 왕따끼가 심했으면 그의 몸에 써 넣은 ‘이스마엘’이라는 문신글자가 하필이면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영국에서는‘흰 고래’)의 외톨이 주인공(화자)인 바로 그 이스마엘이라는 추리와 해석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을까. 그 해석이 옳다면 소설의 주인공 캐릭터와 자신을 동일시했다는 뜻이어서 쓰리고 시린 가슴이 좀처럼 녹지 않는다.

반면에 천인공노의 만행을 저지른 그에게 돌을 던지기보다 진작 ‘왕따’가 되지 않도록 친구가 돼 주지 못했음을 미안해하는 여학생의 마음이 더욱 아름답고 천진하게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잠시나마 조 아무개가 우리나라 사람이었다는 사실에 망연자실, 미국사람들이 재미 한인들에 대한 보복을 자행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으로 노심초사, 이처럼 망연자실과 노심초사를 거듭했던 우리모습이 오히려 부끄럽다. 그리고 그 것이 가령 최근 몇 년 간 벌어진 일부 미국인의 우발적 가해행위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계획적, 공격적 대응의 학습효과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부끄러움에 씁쓰레함까지 보태야 할 것 같다. ‘버지니아 조’의 착시적 동일시현상과 그 뿌리가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왕따기업과 왕따국가

어쨌든 ‘버지니아 조 사건’은 빠른 속도로 기억의 저 편으로 사라질 테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다. 이번과 같은 참극이 더 이상 없으리라는 보장이 없고, 비슷한 사건이 언제 어디에서 터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매우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주체가 가령 ‘군중속의 고독’(데이비드 리스먼)이라는 온건한 사회학적 논리의‘왕따’보다 ‘제 때 껍질을 벗지 못 하면 죽는다’(니이체 또는 서양속담)는 엄혹한 동물적 생존논리의 ‘왕따’라면 그 불안감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왕따현상’이 개인은 물론 기업이나 국가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지금 세상은 엄청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속도뿐 아니라 변화의 폭과 범위도 크고 넓다. 그런데 변화에 대한 예측은 더욱 어렵다. 이 같은 격변, 돌변의 시대에서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환경변화에 적극적으로 신속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잠시 한 눈을 팔았다가는 그 자리에서 도태되거나 제3류 ‘왕따 기업’으로 전락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왕따 나라’의 문제도 심각하다.

우리는 지금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나 ‘친디아(중국,인도)’로 일컬어지는 나라들과 힘겨운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앞으로는‘비스타VISTA 국가 (베트남,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 공화국, 터키, 아르헨티나)와도 한판 승부를 겨뤄야 한다. 게다가‘고생은 한국이 하고, 재미는 일본이 본다’는 가마우지 경제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만큼 경제의 대일의존도가 높으므로 언제 어디서 국제적 따돌림을 당하고 ‘왕따 국가’로 전락할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을 무겁게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

‘버지니아 조’같은‘왕따개인’에게는 앞에서 본 것처럼 천사표 여학생의 위로가 있을 수 있지만, 왕따기업, 왕따나라는 그나마 어림도 없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왕따기업, 왕따국가 만큼은 막아야 하는 이유이고‘버지니아 조 효과’의 실질적 담보책 이기도 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중대로 174
  • 대표전화 : 02-443-436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우대성
  • 법인명 : 한국외식정보(주)
  • 제호 : 식품외식경제
  • 등록번호 : 서울 다 06637
  • 등록일 : 1996-05-07
  • 발행일 : 1996-05-07
  • 발행인 : 박형희
  • 편집인 : 박형희
  • 식품외식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정태권 02-443-4363 foodnews@foodbank.co.kr
  • Copyright © 2024 식품외식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ood_dine@foodbank.co.kr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