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잔해야 하는 이유
한잔해야 하는 이유
  • 김철원 한국방송대 관광학과 교수, 외식테라피연구소장
  • 승인 2023.07.21 0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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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생활에서 하루라도 빼먹어서는 안 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먹고 마시는 일이다. 그중에서도 마시는 일은 다음 3가지 측면에서 그 중요성이 강조된다. 우선 한 잔의 물은 우리 몸의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하루에 얼만큼의 양을 마셔야 건강에 이로운지, 언제 어떻게 마셔야 하는지 등 실로 다양한 물의 음용법이 넘쳐나는 걸 보면 물 한 잔이 신체 건강에 얼마나 중요한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다음으로 차 한 잔의 여유는 스트레스가 극심한 현대인들에게 정신적인 안정과 여유를 가져다준다. 물론 찻잎에 함유된 성분들이 신체 건강에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차 한잔한다는 것은 단순히 마시는 순간만이 아니라 차를 준비하는 모든 과정이 함축된 ‘정신적 힐링’의 시간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한 잔의 술은 공동체 사회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사회적 유대관계에 필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이 사회적 유대관계를 맺고자 하는 자리에 술이 등장하는 것은 술이 만들어진 그 역사만큼이나 인간에게 친숙하고 오래된 일이다. 어떠한 만찬 모임에서도 가장 먼저 등장하는 순서가 ‘건배’이며 개인 일상에서도 서로의 유대를 바라는 마음을 술잔을 부딪치는 건배 행위로써 확인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술 한 잔의 기능이 지나쳐 오히려 사회적 건강을 해치기도 한다. 우리나라 전통 음주 문화에 관한 역사 기록에서 엿볼 수 있듯이 우리는 전통주의 모태 격인 ‘가양주(家釀酒)’를 늘 준비해 술의 맛과 향을 즐기는 ‘반주문화’를 만들어 냈으나 다른 한편에서는 마시는 양과 횟수가 많아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폭주문화’도 생겨났다. 실제로 우리 민족이 술을 아시아권에서 가장 많이 마신다는 통계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의 지역적 특성과의 연관성이 떠오른다. 우리가 마시는 음료의 유형은 알코올음료도 있지만 건강음료, 청량음료, 기호음료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그런데 옛날부터 물 이외의 다른 음료가 귀했다고 한다. 차, 우유가 귀하다 보니 사람을 만나서 함께 마실 것으로 술이 자주 등장하게 됐다.

거기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정서 ‘한(恨)’이 많은 작용을 한다. 세계적으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셀 수 없는 외세의 침략을 겪어내면서 얻은 ‘불안감’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 상태인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거듭돼 온 대중들의 고단한 삶과 시름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지역적 특성인 불안감과 시름을 달랠 수 있는 것이 한 잔의 술과 노래와 춤이었고, 그래서 우리 민족에게 ‘음주가무’는 단순한 즐거움의 표현이 아닌 고달픈 삶에서 형성된 ‘한(恨)’을 ‘흥(興)’으로 승화시켜 어려운 시절을 살아내고자 하는 처절한 자구책인 셈이다. 

또한 이러한 정서를 혼자가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들과 함께 나누려는 ‘정(情)’도 특별하다. 마을 어귀에서 일손을 잠시 놓고 막걸리 한 잔 나누는 자리에 누군가 지나간다면 그냥 가도록 내버려 두는 경우가 없다. “어이 박 씨, 이리 와서 같이 한잔해” 하며 한사코 붙들기 일쑤다. 직장에서도 잠시 쉬는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커피 한잔하자는 말에 사람들이 모이고 퇴근길에 소주 한잔하자는 말이 정겹기조차 하다. 다만 과유불급이라고 ‘한 잔만’ 하는 슬기로운 지혜가 우리 민족의 미래를 건강하게 이끌어 갈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어쩌다 ‘혼밥과 혼술’ 문화가 자리 잡는 것 같지만 우리나라 고유의 행복 라이프스타일 ‘한잔해’를 통해 새로운 엔데믹 시대를 열어가야 할 것이다. 몸을 위한 물 한 잔, 정신을 위한 차 한 잔, 사회적 유대를 위한 술 한 잔으로 건강한 대한민국을 기대해 본다. ‘한잔해,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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